이번 주는 '숫자가 찍히고 길이 뚫리는' 한 주였어요. 9월 초순 전체 수출이 350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경신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336원까지 내려가며 23개월 만에 최저를 찍었어요. 과테말라 최대 식품전에 한국관 43개사가 중미 시장을 두드렸고, 농식품부 인허가 통합지원단은 브라질 사료첨가제 수출 등록을 관철시키며 비관세장벽 돌파 사례를 만들었어요.
신호는 두 번의 코덱스(국제식품규격위원회) 총회에서 이어졌어요. 지난해 11월 로마 48차 총회에서 한국이 가공과채류분과 의장국으로 선출되며 김 세계규격 신규 작업이 승인됐고, 올해 7월 제네바 49차 총회에서는 그 초안이 8단계 중 5단계인 중간심의를 통과했어요. 황종우 장관은 "세계 최대 김 수출국으로서 국제 표준을 정립하는 성과"라고 밝혔어요. 통과되면 2017년 지역 표준에 이어 한국이 주도하는 첫 수산식품 코덱스 세계규격이 돼요.
이름 싸움이 뒤따르는 이유예요. 한국산 김은 이미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쥐고도 '검은 반도체'라는 별명과 달리, 국제 거래에서는 일본어 '노리'나 밋밋한 '시위드(seaweed)'로 더 많이 불려왔어요. 해수부는 로드맵에서 이 구도를 뒤집을 글로벌 영문 브랜드명 'GIM'을 밀기로 했는데, 코덱스 규격에 이 이름이 얹히면 표기 싸움의 무게추가 완전히 달라져요.
원료 경쟁도 이름 싸움 뒤에서 같이 벌어져요. 육상양식 상업화에 CJ제일제당이 8월 충남 천안에 시설을 착공한 데 이어, 풀무원은 새만금에 김 육상양식 R&D센터 첫 삽을 떴고 대상은 2029년, 동원은 제주 용암해수를 활용한 스마트 육상양식을 준비하고 있어요. 넷 다 자연산에 기대던 원료를 계획생산으로 바꾸겠다는 건데, 일본은 아직 이 기술을 상업화하지 못했어요.
이름과 규격을 함께 쥐는 건 가격 협상력의 문제예요. 노리가 국제 표준이면 한국산은 '노리의 한 종류'로 팔리지만, GIM이 표준이면 노리 쪽이 대체재가 돼요.
조미김이나 마른김을 만드는 중소기업이라면, 지금부터 라벨과 카탈로그에 'GIM'과 'Nori' 두 표기를 함께 써보면 어떨까요? 규격이 확정되면 그 표기가 먼저 익숙해진 브랜드가 유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