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사의 컨테이너선이 처음으로 북극을 지나 유럽으로 향했어요. 팬스타 아크로호가 8월 22일 부산신항 3부두에서 출항했고, 10월 5일 돌아오는 45일 일정이에요. 2758티이유급 배로, 극지 환경에서 운항할 수 있게 만들어졌어요.
거리를 줄이는 효과는 분명해요.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수에즈운하를 거치면 2만 킬로미터인데, 북극을 지나면 1만3000킬로미터로 7000킬로미터가 줄어요. 운송 기간도 열흘 짧아져 출발 뒤 스무날이면 로테르담에 닿아요.
문제는 실린 화물이에요. 사전 수요조사에서는 1300티이유가 모였는데 실제로 실은 수출화물은 737티이유였어요. 빈 컨테이너 202개를 더해도 939티이유로, 배 용량의 72% 수준이에요. 화주 85곳이 보낸 물건은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부품이었고 냉장·냉동 식품은 없었어요.
일정표를 보면 왜 그런지 짐작이 가요. 배는 8월 30일쯤 북극해에 들어가 9월 7일쯤 통과한 뒤, 영국 펠릭스토우에 9월 9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9월 11일, 폴란드 그단스크에 9월 15일 닿을 예정이에요. 얼음과 날씨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어요.
이 단서가 식품 화주에게는 결정적이에요. 북극항로는 여름 석 달 정도만 컨테이너선이 다닐 수 있는 계절 항로이고, 얼음과 기상 탓에 일정이 며칠씩 밀릴 수 있어요. 돌아오는 화물을 채우기 어려워 단위 운송비가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와요.
비용 항목도 단순하지 않아요. 보험료와 쇄빙 비용, 러시아 해역 통항료가 얹히고, 유럽연합 환경부담금은 편도 약 4억 원 수준이에요. 펠릭스토우를 먼저 들르는 방식으로 이 부담금을 1000만~2000만 원 선까지 줄였어요.
그런데도 관심이 쏠리는 건 지금 유럽행 뱃삯 때문이에요. 관세청이 8월 18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유럽연합 항로 수출 운송비가 전월보다 36.4% 올랐어요. 미국 서부는 11.1%, 동부는 14.4% 올랐고, 중동은 평균 878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23.2% 뛰었어요.
그래서 유럽 수출을 준비한다면 이렇게 정리해요. 첫째, 올해와 내년 선적 계획의 리드타임은 여전히 수에즈나 희망봉 기준으로 잡아요. 북극항로는 아직 한 항차를 돌고 있는 시험 단계예요. 둘째, 냉장·냉동 제품이라면 도착일이 며칠 밀릴 가능성을 계약서의 인도 조건에 어떻게 반영할지 수입자와 미리 맞춰둬요. 온도 화물은 하루 지연이 곧 품질 문제로 이어져요. 셋째, 유럽 항로 운임이 이렇게 흔들릴 때는 계약 단가에 운송비 변동을 어떻게 나눌지 조항을 넣어두는 편이 안전해요. 선적 시점과 계약 시점의 운임 차이를 누가 부담할지가 요즘 가장 자주 생기는 다툼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