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비상식이 다시 팔리는 물건이 됐어요. 우리 수출정보 창구가 정리한 자료를 보면 7월 28일 구마모토 지진 이후 비축 수요가 다시 커졌고, 올해가 동일본 대지진 15년이라는 점도 겹쳤어요.
눈에 띄는 건 시상대에 오른 제품들의 생김새예요. 우케가 야마모토상사와 함께 만든 재해식 상자에는 즉석밥 세 개와 발열제가 함께 들어가 물만 조금 부으면 김이 올라와요. 카레나 덮밥 소스 같은 레토르트도 같은 상자에서 데울 수 있어요.
젤리와 초콜릿도 같은 자리에 올랐어요. 대정제약의 리포비탄 젤리 장기보존용은 100그램 한 봉에 200킬로칼로리로 주먹밥 한 개 분량을 담고, 28개 알레르겐을 쓰지 않고 카페인도 뺐어요. 캔에 담긴 준초콜릿은 5년 6개월을 견디고 35도에서도 형태를 유지해요.
이 상들은 올해 처음 생긴 제도예요. 일본식량신문사가 만든 재해식 어워드는 7개 부문으로 나뉘고 대상만 13개 제품이 뽑혔어요. 주식과 주채, 부채에 더해 특수영양식품과 냉동·조리식품, 아이디어 상품까지 부문이 갈려 있어요.
시장 규모도 계단을 밟았어요. 일본 방재식품 시장은 2024년 2610억 엔으로 21.4% 커졌고, 2015년의 1390억 엔과 견주면 열 해 만에 두 배 가까이 됐어요. 가정과 공공기관, 기업 수요를 다 더한 잠재 규모는 1조 4000억 엔으로 추산돼요.
올해 전망치는 한 칸 더 위예요. 현지 조사기관은 2026년 방재식품 시장을 3190억 9000만 엔으로 봤어요. 다만 파나소닉 조사에서 재해 대비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8.1%로 나와, 아직 안 산 사람이 훨씬 많은 시장이에요.
팔리는 방식이 바뀐 게 핵심이에요. 예전에는 비상식만 따로 사서 창고에 넣어두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평소 먹는 라면과 통조림을 조금 넉넉히 사서 오래된 것부터 먹고 채우는 롤링스톡이 자리를 잡았어요. 비상식 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평소 장바구니가 곧 비상식이 되는 구조예요.
한국 제품이 들어갈 틈이 여기 있어요. 롤링스톡은 맛없는 걸 참고 먹는 방식이 아니라 평소에 먹을 만해야 굴러가요. 레토르트 국물류나 즉석밥, 죽처럼 이미 우리가 잘 만드는 품목이 그 조건에 맞아요. 실제로 일본 회사들도 설렁탕과 해물죽 같은 한국식 제품을 이 매대에 올려두고 있어요.
대일 수출 성적이 몇 해째 제자리라는 점도 이 매대를 볼 이유예요. 한국 식품의 일본 수출은 2021년 20억 5700만 달러에서 2024년 20억 3200만 달러로 조금씩 줄었고, 그중 10%쯤을 김이 차지해요. 기존 품목으로 밀어 올리기 어려운 시장에서 새 매대가 하나 열린 셈이에요.
다만 사양을 다시 짜야 해요. 이 매대의 문턱은 보존 기간이고, 3년이나 5년 같은 숫자가 진열 자격이 돼요. 냉장이나 냉동이 필요한 제품은 정전을 전제로 한 매대에 못 올라가니, 상온으로 갈 수 있는 품목부터 골라야 해요.
데우는 방법도 제품 사양의 일부예요. 물과 발열제만으로 데워지는지, 전자레인지가 필요한지에 따라 같은 국물 제품도 다른 칸에 놓여요. 발열제를 우리가 넣기 어렵다면 발열 상자를 만드는 현지 회사와 짝을 지어 세트로 들어가는 길도 있어요.
알레르겐 표시는 미루지 않는 게 좋아요. 이 시장의 구매자는 병원과 학교, 지자체처럼 여러 사람에게 한꺼번에 나눠주는 곳이 많아서, 특정 원료를 빼는 것보다 뭐가 들었는지 빠짐없이 적는 쪽이 먼저예요. 일본이 관리하는 알레르겐 항목을 기준으로 원료표를 다시 쓰고, 그 표를 그대로 영업 자료로 쓰면 상담이 빨라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