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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물건을 대는 회사라면 현지 수입사와 맺은 계약서에서 손해배상 조항을 다시 찾아보면 어떨까요? 12월 9일 뒤에 유럽 시장에 올린 제품부터 기준이 달라져요.
데일리 · 2026-07-31
무역 환경

독일 바이어가 계약서를 꺼내기 전에 제품책임보험 증서를 먼저 봐요

독일 바이어가 계약서를 꺼내기 전에 제품책임보험 증서를 먼저 봐요
사진: Pexels

독일 바이어가 한국 공급사에 보험증서를 요구하는 일이 잦아졌어요. 코트라가 지난 28일 낸 보고서를 보면 독일 업계 관계자는 제품책임보험이 공급계약의 사실상 전제조건이고, 증빙이 없으면 구체적인 견적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특정 업종만의 관행으로 보기 어려운 요구예요.

요구가 나오는 이유는 독일 쪽 책임 구조에 있어요. 독일 제품책임법에 따라 유럽경제지역 안으로 물건을 들여온 수입자는 제조자에 준하는 책임을 지고, 과실이 없어도 책임을 벗기 어려워요. 피해를 본 소비자는 멀리 있는 한국 제조사보다 가까운 독일 수입자를 상대로 청구해요.

제도가 바뀌는 시점도 겹쳐요. 유럽연합 신제품책임지침은 2024년 12월 8일 발효돼 2026년 12월 9일까지 회원국 국내법으로 옮겨야 하고, 기존 8500만 유로 배상 상한과 500유로 자기부담금이 사라져요. 소액 피해도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되는 구조예요.

전환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에요. 6월 기준으로 국내법 개정을 마친 나라는 헝가리 한 곳이고, 독일을 포함한 열 개 나라는 법안 초안만 낸 상태예요. 기한은 12월 9일 그대로여서, 하반기에 여러 나라 규정이 한꺼번에 확정될 가능성이 커요.

바뀌는 핵심은 입증 부담이에요. 증거를 내놓지 않거나 안전 요건을 위반한 경우 결함이 있다고 추정하고, 기술적으로 복잡해 소비자가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우면 법원이 추정을 적용할 수 있어요. 책임을 계약으로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것도 막아요. 그동안 계약서 한 줄로 넘겨두던 위험이 이제 계약서로 정리되지 않아요.

보험도 종류가 나뉘어요. 기본형은 제3자의 신체·재산 피해를 담보하고, 확장형은 우리 제품이 바이어의 최종 제품에 들어가면서 생긴 순수 재산손해까지 담보해요. 소스나 원료, 반제품을 대는 회사라면 기본형만으로는 바이어가 요구하는 범위를 못 채울 수 있어요.

독일은 규모로도 넘길 수 없는 시장이에요. 지난해 한국의 대독일 면류 수출은 71.9% 늘어 8630만 달러가 되면서 점유율 5.5%로 4위에 올랐어요. 라면과 냉동만두가 늘어나는 만큼, 거래 조건도 함께 무거워져요.

유럽 전체 흐름도 같은 방향이에요. 상반기 K-푸드 수출에서 유럽은 17.9% 늘어 권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냈어요. 거래가 커질수록 바이어가 요구하는 서류 목록은 길어지는데, 보험증서는 그중 가장 늦게 준비되는 항목이에요.

식품에서 이 조항이 무서운 지점은 이물이나 알레르기 표시예요. 표시를 빠뜨려 소비자가 다치면 그 청구가 독일 수입자에게 먼저 가고, 수입자는 다시 우리에게 돌려요. 보험이 없으면 그 금액을 회사가 그대로 안게 되고, 상한이 사라진 새 제도에서는 금액을 미리 가늠하기도 어려워요.

지금 할 일은 세 가지예요. 독일과 유럽 거래처의 공급계약서에서 손해배상과 보험 요구 조항을 찾아 지금 우리가 든 보험이 그 범위를 덮는지 확인하고, 원료나 반제품을 대는 회사라면 확장형 담보가 필요한지 보험사에 물어보고, 12월 9일 뒤 출하분부터 라벨과 알레르기 표시 근거 자료를 건별로 남겨두는 일이에요. 증서 한 장이 없어서 견적 단계에서 멈추는 일이 실제로 생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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