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유통 바이어와 한국 식품기업이 한자리에 앉았어요.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ECRM 벤더 박람회에서 5건, 19만 달러 규모의 계약이 현장에서 성사됐어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국내 8개사와 함께 참가한 자리예요.
앉은 상대가 누구였는지가 이 박람회의 성격이에요. 코스트코와 크로거, 세이프웨이, CVS 구매 담당자가 참가해 1대1로 상담했어요. 가정간편식과 소스, 면류, 스낵, 음료가 상담 품목으로 올랐어요.
ECRM은 부스를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전시회와 형식이 달라요. 바이어가 찾는 품목과 공급사 정보를 서로 미리 확인한 뒤 1대1 미팅을 짜는 방식이고, 지금까지 4만 7000곳이 넘는 참가사가 300만 건 이상의 대면 미팅을 했어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는 자리가 아니라, 필요한 품목을 미리 밝힌 바이어와 정해진 시간에 마주 앉는 자리예요.
그 자리에서 실제로 오간 이야기가 준비 목록을 알려줘요. 상담에서는 식품안전 인증과 제품 포장, 공급 능력이 중심 화제였어요. 맛 이야기보다 서류와 물량이 먼저 나온다는 뜻이에요.
바이어가 관심을 보인 방향도 갈렸어요. 무첨가 제품과 고단백 스낵에 관심이 모였고, 한국산 소스와 면류를 유통사 자체브랜드로 공급하는 상담도 이어졌어요. 우리 브랜드를 알리는 길과 남의 이름으로 매대에 들어가는 길이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논의됐어요.
자체브랜드 이야기가 나온 배경도 있어요. 미국 유통업계 조사에서 Z세대의 59%, 밀레니얼 세대의 52%가 자체브랜드 구매를 늘렸다고 답했고, 월마트의 프리미엄 자체브랜드 품목은 1000개 수준까지 늘었어요. 유통사가 자기 이름을 붙일 제품을 계속 찾는 흐름이라, 브랜드 인지도가 약한 회사에도 통로가 하나 더 있어요.
미국은 숫자로도 받쳐주는 시장이에요. 상반기 K-푸드 수출에서 북미는 11.0% 늘었어요. 냉동 가정간편식과 라면, 소스류로 품목이 넓어지는 중이라, 바이어 쪽에서도 한국 공급사를 찾아볼 이유가 생겼어요.
바이어가 공급 능력을 먼저 묻는 이유는 유통 구조에 있어요. 대형 유통은 한 번 결정하면 전국 매장에 동시에 깔기 때문에, 초도 물량과 재발주 주기를 못 맞추면 입점이 취소돼요. 인증서도 같은 자리에 있어요. 서류가 없으면 다음 미팅 자체가 잡히지 않고, 물량을 숫자로 못 내놓으면 계약서까지 가지 못해요.
aT는 상담 성과가 실제 계약과 매대 입점으로 이어지도록 통관과 물류, 마케팅 후속 지원을 넓히겠다고 밝혔어요. 상담 뒤에 서류와 샘플을 주고받는 몇 달이 계약을 가르는 구간이라, 이 후속 구간을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에요.
지금 할 일은 세 가지예요. 우리 공장이 가진 식품안전 인증서와 유효기간을 한 장으로 정리하고, 월 최대 생산량과 재발주에 걸리는 시간을 숫자로 적어두고, 자체브랜드 공급까지 받을 생각이라면 최소 물량과 라벨 권리를 어디까지 넘길지 미리 정해두는 일이에요. 이 세 장이 없으면 상담은 명함 교환으로 끝나요.











